지난 1부에서는 2026년 6월 현재 자본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스페이스X 상장 직후의 ‘0주 배정 참사’와 금융감독원의 고강도 현장 검사 현황을 짚어보았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식 문서에 한국인 몫으로 수천억 원이 찍혀있었음에도 상장 당일 새벽에 물량이 전량 증발한 사건은 국내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겼습니다.
여기서 주식을 하지 않는 분들이나 일반 독자분들은 한 가지 근본적인 의문이 생길 것입니다.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에 대형 증권사가 수두룩한데, 왜 하필 미래에셋증권만 스페이스X(스타링크)의 주식을 한국에 들여오겠다고 큰소리를 칠 수 있었을까? 미래에셋에게만 특권이 있었던 걸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현실적으로 스페이스X의 굳게 닫힌 문을 열고 들어가 주식을 달라고 협상할 수 있는 자격과 연줄을 가진 곳은 대한민국에서 미래에셋이 유일했습니다. 오늘 2부에서는 미래에셋그룹과 일론 머스크 사이에 얽힌 2,300억 원짜리 의리의 역사, 그리고 그 독점적 권한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자세히 파헤쳐 보겠습니다.
1. 돈이 있어도 못 사는 주식, 스페이스X의 철저한 폐쇄성
비상장 주식 투자가 대중화되면서 돈만 있으면 어떤 기업의 주식이든 살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우주 항공 분야의 절대 강자인 스페이스X는 차원이 다른 글로벌 탑티어 비상장사입니다.
스페이스X는 전 세계에서 투자하겠다는 자금이 줄을 서는 기업이기 때문에 아쉬울 게 전혀 없습니다. 주식을 발행해 투자를 받을 때도 철저하게 자신들이 투자자를 고르는 전형적인 ‘갑(甲)’의 위치에 있습니다. 특히 미국 정부의 핵심 우주 기술 및 국방 사업을 다루는 보안 기업 특성상, 주주 명부가 복잡해지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이 들어오는 것을 극도로 꺼립니다.
2. 2022년 일론 머스크의 자금난, 구원투수로 나선 미래에셋
그렇다면 미래에셋은 어떻게 그 까다로운 스페이스X 패밀리의 일원이 될 수 있었을까요? 시간은 수년 전, 일론 머스크가 인생 최대의 위기를 겪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22년 말부터 2023년 초까지, 일론 머스크는 SNS 플랫폼인 트위터(현 X)를 무리하게 인수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었습니다. 트위터 인수 대금을 치르기 위해 자신이 가진 테슬라 주식을 대량으로 매각해 주가가 폭락했고,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머스크가 무리수를 두다 침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던 암흑기였습니다.
바로 그 순간, 미래에셋그룹(박현주 회장)이 일론 머스크의 구원투수를 자처하며 판을 흔들었습니다.
- 2022년 7월: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그룹 계열사들이 중심이 되어 글로벌 사모펀드를 통해 스페이스X에 약 1억 7,500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2,300억 원)가 넘는 거금을 직접 투자했습니다.
- 2023년 1월: 머스크의 자금 압박이 이어지자 추가로 수백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스페이스X의 지분을 추가 매입했습니다.
당시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비상장 우주 기업에 너무 무리하게 베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미래에셋은 과감하게 지갑을 열었고, 결과적으로 이 2,300억 원의 베팅은 일론 머스크가 가장 힘들 때 돈을 대준 ‘의리 있는 한국 파트너’라는 강력한 트랙 레코드(투자 이력)로 남게 되었습니다.
3. 오직 미래에셋만 짤 수 있었던 ‘독점적 테마’의 탄생
이 과거의 과감한 투자는 스페이스X 상장 정국에서 미래에셋에게 엄청난 특권으로 돌아왔습니다.
미국 상장 대표 주관사인 골드만삭스가 전 세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공모주 물량을 배정하는 테이블을 차렸을 때, 한국 금융사 중 공식적으로 대화를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은 곳은 스페이스X의 주주 명부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던 미래에셋뿐이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 독점적인 라인(Line)을 활용해 미국 현지에서 “우리가 과거 스페이스X에 초기 투자했던 파트너이니, 이번 상장 때 한국 투자자들을 위한 공식 물량(코리아 트랜치)을 열어달라”고 협상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것이 다른 증권사들은 손가락만 빨며 구경하고 있을 때, 미래에셋 혼자서 VVIP 고액 자산가들과 대형 기관들을 모아 “스페이스X 공모주를 도매가로 선점할 수 있다”며 대대적인 사모펀드 붐을 일으킬 수 있었던 진짜 비하인드 스토리입니다.
4. 과거의 의리도 지켜주지 못한 미국 시장의 냉혹함
미래에셋이 가졌던 권한과 인맥은 결코 허풍이나 사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실제로 일론 머스크와의 오랜 밀월 관계를 바탕으로 미국 SEC 공시 문서에 ‘한국 몫 231만 주’라는 경이로운 숫자를 실제로 받아내는 데까지 성공했습니다. 대한민국 자본시장 역사상 글로벌 최고 기업의 공모주를 이만큼 확보했던 사례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자본시장은 흔히 말하는 ‘의리’나 ‘인맥’보다 철저한 ‘자본의 논리’와 ‘국익’에 의해 움직이는 냉혹한 곳이었습니다.
미래에셋의 화려한 과거 투자 이력은 ‘미래에셋 회삿돈(고유 자금)’의 물량을 확보하는 데까지는 힘을 발휘했습니다. 스페이스X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오랜 주주인 미래에셋 그룹의 법인 자금은 장기 보유할 안전한 돈이라고 판단해 주식을 배정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미래에셋을 믿고 돈을 모았던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사모펀드 자금’은 미국 월가의 초대형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의 눈에 그저 ‘언제든 차익만 챙기고 떠날 단기 자금’으로 보였을 뿐입니다. 결국 미국 본토 헤지펀드들이 물량을 더 달라고 요구하자, 골드만삭스는 미래에셋과의 의리를 비웃듯 상장 직전 새벽에 한국 투자자들의 물량을 통째로 지워버렸습니다.
오늘은 미래에셋증권이 어떻게 독점 기회를 쥘 수 있었는지 간단하게 알아보았습니다. 다음편에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시스템 차이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는 시스템의 차이니까요. 그리고 추가로 현재 조사 현황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덧붙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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